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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정부

미국, ‘탄저균 사태’ 22일 알고 한국정부엔 27일 통보했다

[단독] 미국, ‘탄저균 사태’ 22일 알고 한국정부엔 27일 통보했다

중대한 SOFA 규정 위반, 얼버무리는 주한미군과 한국 정부

지난 27일, 미국 국방부는 워싱턴D.C. 등 미국 동부 시각 기준으로(한국 시각 28일) 미국 국방부의 언론 담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스티브 워런 대령은 나름 중대 발표를 한다. 그는 "미국 유타주의 한 미군 연구소에서 부주의로 살아있는 탄저균 표본이 캘리포니아와 매릴랜드 등 9개 주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이어 또 하나의 중대 사실을 공표한다. 이 치명적인 살아있는 탄저균은 미국 내 관련 기관만이 아니라 "한국 오산에 있는 주한미군의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로 보내졌다"는 것이다. 물론 그는 파문을 염려한 듯 이 살아있는 탄저균 배달 사고는 "현재까지 일반인에 대한 위험 요인은 발생하지 않았고 발송된 표본은 규정에 따라 파기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심심찮게 일어나는 탄저균 관리 사고라 그렇게 크게 이슈화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해당 사고의 내용은 미 언론들이 간파하고 있었다. 미 국방부는 이번 발표에서 언제 이런 사실을 알았는지는 공표하지 않았으나, 미 ABC 방송을 비롯한 언론에 따르면, 지난 22일 미 국방부로부터 전달받았던 죽은 탄저균인 줄 알았던 표본을 검사하던 메릴랜드주에 있는 한 민간기관이 이를 실험하다가 이 탄저균이 살아있음을 알고 급히 이날 오후 미 국방부에 통보했고 미 국방부는 다음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알렸다. 신고를 받은 CDC는 이러한 중대 사실을 미 정부 관련 기관에 급히 통보하면서 해당 사건의 조사에 나섰다.

쉽게 말해 미국 시각 기준으로 22일부터 미 국방부 등에서는 이 탄저균 배달 사고로 인해 초비상이 걸렸고 탄저균이 배달됐던 모든 기관에 대해 정밀 조사에 나서 1차 조사를 마무리하며 별다른 치명적인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27일(미국 시각) 공식 발표한 것이다. 역시 미 국방부가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미국 9개 주와 한국에 보내진 10개 표본은 지난해 3월과 올해 3월 사이에 보내졌던 표본이라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즉 이미 표본들이 다 보내졌고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뒤늦게 메릴랜드 소재한 한 민간기관이 전달받은 표본이 살아있는 탄저균이라고 신고하자, 이를 조사해 보니 이 기간에 총 10개의 살아있는 탄저균이 해당 기관과 한국으로 잘못 보내졌다는 것이다.

미 민간기관 22일 '탄저균 살아있음' 미 국방부에 통보

미국에서 살아있는 탄저균이 배달된 경기도 오산의 미군기지
미국에서 살아있는 탄저균이 배달된 경기도 오산의 미군기지ⓒ뉴시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한국 시각 28일 미 국방부가 사건을 발표한 것을 한국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하자 주한미군은 이에 관한 보도자료를 발표한다. 주한미군은 해당 보도자료에서 "오산 공군기지에서 살아있는 탄저균 샘플을 응급 격리시설에서 폐기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산 공군기지에서 2015년 5월 27일, 탄저균으로 의심되는 샘플의 노출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한 신중한 예방 조치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Osan Air Base took prudent cautionary measures May 27, 2015, to investigate a potential exposure to a suspected sample of Anthrax) 그리고 미 국방부가 발표한 내용과 같이 "(한국에서도) 탄저균 감염자는 없었다"며 "일반인은 어떠한 위험에도 노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미국 정부 기관 내부에서 살아있는 탄저균의 유출(또는 배달?) 사고가 일어난 사실이 이미 22일에 신고돼 초비상이 걸렸을 것인데, (A lab in Maryland first notified the Pentagon on May 22 in the late evening that it had received a live sample. The Pentagon then informed the CDC on May 23.) 주한미군은 27일에야 이 사건을 인지하고 관련 표본을 폐기 처분(?)하는 등 예방적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이 말이 맞는다면, 미 국방부나 혹은 CDC가 신고를 받고 5일이나 지난 후에야 한국에도 살아있는 탄저균이 배달되었다는 사실을 통보했고 이에 따른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미 국방부 대변인이 사건을 발표하기 직전이라는 이야기이다. 해당 사건에 관해 과연 한국 정부가 사전에 통지를 받았는지 등 한국 언론들의 의혹이 일자, 주한미군은 27일(?)을 그 기준점으로 삼은 것이다.

이제 모양새(?)가 갖춰졌으니, 한국 정부 당국자가 나선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28일(한국 시각) "미국 측은 27일, 외교부와 국방부, 질병관리본부 등 우리 정부에 피해 현황과 관련 조치사항, 향후 조치 계획 등을 알려온 바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주한미군 측은 사고원인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결과를 우리 측에 통보할 예정"이라면서 "관련 조사는 우리 질병관리본부와 긴밀히 협업하는 가운데 이뤄질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주한미군은 이미 예전에 살아있는 탄저균을 전달받았지만, 이를 비활성화된 실험(훈련)용 표본으로 알고 있었고, 27일에야 본국으로부터 이 사건을 통보받은 직후, 해당 관련 조치를 취하고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22일 이번 사고를 인식한 미 국방부가 즉시 표본이 보내진 관련 기관과 한국 오산 기지에 통보했음이 분명한데, 왜 5일이나 지나서야 주한미군은 이를 통보받았고 해당 조치를 취했다고 했을까 하는 의혹이 남는다. 이에 대한 답은 '주한미군 주둔군지위협정(SOFA)'에서 찾을 수 있다.

SOFA 규정에 따르면 "질병이 발견되면 주한미군은 한국 보건당국에 즉시 통보한다"라는 규정이 있다. 탄저균은 특히, 살아있는 탄저균의 노출 사고는 질병 정도가 아니라 치명적인 살상균이고, 해당 사건이 발생하면 예방적 차원에서라도 즉각, 한국 정부에 통보해야 하는 것이다. 해당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주한미군은 27일에야 이를 인지해서 조치를 취했고 한국 정부에도 같은 날인 27일 통보했다고 밝힘으로써 소위 말해 아귀가 맞아 떨어지게끔 한국 정부를 배려(?)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이유이다.

이 같은 의혹에 관해 기자는 29일(미국 시각 28일) 수차례 미 국방부 담당자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또한, 이메일을 통해 "미 국방부가 이번 사건을 언제 인지했고, 언제 한국 정부나 주한미군에 통보했는지" 등을 공식 질의했지만, 미 국방부는 이에 관해서도 답변하지 않았다.

또한, 주한미군 공보실 공보관은 29일 "이러한 사건에 관해 미국 국방부로부터 언제 통보를 받았느냐"는 기자의 질의에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도자료에는 27일 조치를 취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미국 시각 22일 발생한 사건을 27일에야 조치했다는 것이냐"의 질의에 "(그 이전부터) '27일까지' 조치를 취했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기자가 "27일에 한국 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아는데 그 이전에 이 사실을 알았다면 인지한 당일 통보했어야 하지 않았느냐"의 질의에 "SOFA의 규정에 그러한 통보 의무가 있는지 등 관련 사항을 알아보고 있다"고 답했다.

경기도 오산 미군기지
경기도 오산 미군기지ⓒ뉴시스

한국 국방부 관계자 "미국측이 이전에 인지했다면 바로 알려줬어야"

익명을 요구한 한국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29일 "미국 시각 22일 발생한 이 사건을 27일에 우리 정부가 통보받은 것이 맞느냐"의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에서 공식 발표는 27일 했지만, 이번 사고가 미국에서는 이미 22일 인지되어 모든 조치가 취해졌을 것이 분명한데, 주한미군에도 이 사실을 통보하고 동시에 우리 정부에도 통보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만약 사전에(27일 이전에) 그런 조치를 주한미군이 취했다면, (상황의 심각성으로) 한미관계를 떠나서도 바로 우리 정부에 알려주었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이번 사건에 관해 우리 정부도 관련 기관을 통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문제가 되는 사항은 주한미군 측이 향후 설명할 것으로 알고 있고 우리 정부도 이에 관해 조사나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일부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의 한 소식통은 '미군 측은 비활성화된 훈련용 표본을 그간 사전에 우리 정부에 통고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살아 있는 탄저균 표본이 주한미군에 반입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 언론들은 "정부는 일단 이번 사건을 SOFA 규정 운영상의 문제로 제기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현재까지 나온 정보를 가지고 SOFA 규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지난 22일 사건이 발생해 미국 CDC 측이 바쁘게 움직이자, 미국 주요 언론 기자들은 이미 모두 감(?)을 잡고 있었고 이에 27일 미 국방부가 비로소 해당 사항을 발표한 것이다. 그런데 이 5일 동안,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에는 이러한 중대 사실을 사전에 조사를 진행하면서도 통보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권 침해를 논하기 이전에 이는 중대한 SOFA 규정 위반이다.

SOFA 규정 26조 1항에는 "질병이 발견되면 주한미군은 적절한 격리조치를 취하고 대한민국 관계 보건당국에 즉시 통보할 것을 양해한다"고 되어 있다. 탄저균 노출 사고가 위험물로 분류될 수도 있지만, 탄저균 자체가 강력한 전파력과 전염력을 가진 생물학전 무기로서 중대 질병 발발 이상의 상황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상황이 한국 정부에 사전에 즉, 미국 국방부가 발표하기 전에 통보되지 않는다면, 아닌 말로 이미 예전에 배달되었던 이 살아있는 탄저균이 혹 중대 사고로 이어져 우리 국민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당했더라도 미국 정부가 발표하기 전에는 우리 정부나 국민들은 원인을 알 수 없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 공보실은 본 기사가 나간 이후인 한국 시각 30일 0시경, "오산 기지에 있는 연구소에는 27일, 탄저균 바이러스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통보했으며, 미 국방부는 5월 22일 이 사건을 인지했었다"라는 공식 답변을 보내왔다. 아래는 미 국방부의 공식 답변 전문이다.

미 국방부의 공식 답변

Q1. When did you(DOD) notice this accident to South Korean Gov. and USFK?
A1. The Joint Program Office Chem Bio Defense notified the lab that the samples sent to Osan may contain a live Anthrax virus on May 27, 2015.

Q2. When did you(DOD) received this accident from CDC?
A2. May 22, 2015




출처:: 민중의 소리